거위털 고급침구로 아시아 시장 개척
2016-09-29
태평양물산, 다운소재 인기 힘입어 2022년까지 연매출 3조원 노려
“거위털 침구 브랜드인 소프라움을 앞세워 향후 2~3년 내에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
국내 다운(오리·거위털) 공급 1위 업체인 태평양물산 임석원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침구 제품군을 강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를 앞두고 국외 생산설비를 대폭 확충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 대표는 “앞으로 TPP가 발효되면 평균 관세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출 물량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최근 경기 침체로 관련 업종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움츠러든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태평양물산은 40여 년 전부터 오리·거위털을 소재로 한 의류와 침구를 생산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외국 시장에 맞는 맞춤형 제품과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고급 침구로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전혀 없을 정도로 불모지로 꼽힌다. 일례로 오리·거위털 이불 시장이 막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수요를 먼저 공략하고 이미 큰 시장이 형성된 일본에서는 고품질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2009년 론칭한 거위털 침구 브랜드 소프라움(Sofraum)은 전체 매출액 대비 1~2% 수준에 불과하지만 숙면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전망은 밝다. 현재 태평양물산은 500여 개 브랜드에 구스 다운과 덕 다운 소재를 연간 4000여t 공급하고 있다.
임 대표는 “중국만 하더라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급 거위털·오리털 이불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특히 이불은 거위와 오리 목과 가슴 사이에 있는 최고급 솜털을 고집하는데, 깃털에 비해 보온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촉감이 우수하고 이불 밖으로 털이 빠질 염려도 적다”고 말했다. 우수한 소재를 기본으로 쓰고 1인치에 16땀을 박음질하는 미세한 공정기술을 접목해 털이 최대한 빠져나오지 않도록 침구를 만든다. 한 땀당 약 0.158㎝에 불과해 경쟁업체보다 훨씬 정교하다.
침구 시장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태평양물산 주력 제품군은 단연 의류다. 현재 갭 컬럼비아 타겟 H&M 자라 망고 등 100여 개 글로벌 의류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점퍼를 비롯해 재킷 셔츠 블라우스 바지 등 다양한 의류를 공급하고 있다. K2 블랙야크 등 국내 아웃도어 업체는 다운 소재 70% 이상을 태평양물산 거위털과 오리털을 쓰고 있다.
한번 거래한 업체와는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도 경쟁력이다. 임 대표는 “갭에는 점퍼를 30년 이상 공급하고 있고 컬럼비아와도 10년 이상 거래를 이어오고 있을 정도로 신뢰를 쌓았다”며 “유럽 중국 대만 등지에서 최상급 털과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고 이를 직접 가공해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태평양물산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 18개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용 인원만 2만800명에 이른다. 특히 7공장이 오는 6월 완공되는 베트남은 한국과 수교를 맺은 직후인 1995년 곧바로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등 선제적인 투자를 해왔다.
임 대표는 “TPP 발효를 앞두고 생산물량 중 6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관세혜택이 큰 화섬의류 니트류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기타 제품은 인도네시아 미얀마를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태평양물산이 생산하는 품목에 부여되는 관세는 최대 32%에 이르고 평균 관세율은 약 13% 수준인데 TPP 발효 이후 평균 관세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현재 수출 비중에서 5% 수준에 불과한 제조자개발생산(ODM)은 꾸준히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임 대표는 “최근 무봉제 의류 같은 각종 기능성 의류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리 회사만의 독자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의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이후 매년 20% 이상 고성장을 하고 있는 태평양물산은 2022년 매출 3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